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소아청소년센터 이혜림 교수
대입 수학능력 시험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가 일상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지만, 수능 시계만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수험생의 피곤한 얼굴과 반쯤 잠긴 눈에서 시험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느낀다. 수면 시간을 아껴 공부하다 보니 새벽 2~3시에 자는 것은 기본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당연히 힘들고, 집중해야 할 낮에는 수면 부족으로 비몽사몽 하기 쉽다. 수험생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 '수면'에 대해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소아청소년센터 이혜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기억력 키우는 방법... '기억 공고화'
공부하는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고 뇌에 저장된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뇌는 처음 입력된 정보들은 단기기억으로 저장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은 잊히고 일부만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좋지 않다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의심될 수 있다. 뇌에서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을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라고 한다.
◆ 공고화를 일으키는 두 가지 조건
학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억 공고화 과정에는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기억 공고화는 깊은 수면 중에 일어나기 때문에 학습한 내용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의 수면이 필요하고 수면의 질도 좋아야 한다. 과거부터 4당 5락이라 해서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수험생이 수면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공부한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수면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충분한 영양공급이다. 기억 공고화는 암호화된 기억을 단백질화하는 과정인데 여기에 재료로 쓰이는 것이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당과 아미노산이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겹쳐 소화 기능이 저하되고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학생들은 기억 공고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 학습 효율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 '잘 자고 잘 먹기'
수능 시험 만점자의 인터뷰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공부 비법은 교과서와 EBS 같은 기본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잘 자고 잘 먹는 것도 건강의 기본이다. 결국 공부도 건강도 기본에 충실한 학생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같은 일상의 반복만큼이나 지루한 것이 없겠지만 이제 수능이 한 달 남은 수험생들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며 마무리해야겠다. 우리의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변화를 감지하면 스트레스로 인식하고 거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오늘부터 한 달 동안은 일상에서 큰 변화를 만들지 말자.
매일 수능시험 당일의 일정에 맞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기본에 충실해 기억 공고화 과정을 최대로 이끌어 보자. 수능 시험일 단 하루에 운명을 맡기지 말고, 오늘부터 서른 번의 수능 시험일을 경험하고 서른 번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보자.